항주(杭州, 항저우, Hangzhou)에 도착했다.
또 밤이다. 이제는 익숙하다. 어느 도시를 가든 이 밤에 큰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듯하다. 1개 도시당 1박2일 또는 2박 3일로 구경하는데 낮까지 실컷 보고 저녁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쉬고 그리고는 또 다음날 새벽부터 부지런히 구경. 그리고 또 이동하는 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여하튼 오늘도 나는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또 한 없이 걷는다.
"여행은 정말 웃긴 것 같다. 평소엔 만원, 2만원 거리낌 없이 쓰고 학생들 교생 간다고 넥타이도 사주고 고생했다고 밥도 사주고 다 하다가 이렇게 여행 오면 버스비 1원(당시 180원), 2원이 아깝고 택시는 또 죽어도 안 탄다. 그 돈으로 맛있는 것 먹어야지 해놓고 막상 식당 가면 확실하게 아는 맛, 싼 것으로 골라 먹는다. 대중교통 대신 걸으면 더 구경할게 많아져 좋긴 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구경하는 이런 일정에 대중교통도 잘 이용 안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는 엄청 걷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살이 많이 빠졌다. 싼먼샤(삼문협) 기차역에서 생 콩으로 된 과자를 많이 사서 가방 허리끈 주머니에 넣어 배고플 때마다 그것으로 요기를 때우고 있다. 솔직히 다른 과자는 부피 차지도 있고 계속 걷다 보니 딱히 입맛도 없고 갈증만 달래면 되었다. 위 크기가 많이 줄었나 보다. 누가 내 여행은 전지훈련이라고 하드라."
숙소에 도착해서 짐만 풀고 또 서호로 한참을 걸었다. 10시쯤 되어 정말 문을 다 닫고 사람은 한 두명씩 마주칠까 했다. 설날이 지난 지 1주일도 안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서호(西湖, xihu) 옆으로는 엄청나게 세련된 건물과 아울렛처럼 건물마다 브랜드 가게가 있는 형식의 가게들이 많았다. 안개도 끼고 하니 서호에 있는 정자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항주 하면 나는 마윈이 떠오른다. 수업시간에도 많이 하는 얘기다. 마윈이 유학 갈 돈은 없고 영어는 너무 배우고 싶어서 여기 서호에서 외국인 관광객 상대로 그렇게 대화를 걸어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참으로 본받을만한 정신이다. 당시의 마윈과 서호 그리고 항주의 과거 모습을 상상하며 걸었다. 그러기엔 지금의 항주는 너무 세련된 도시였다.
숙소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저녁을 먹는다. 역시나 볶음밥이다. 제일 맛있다. 포만감도 좋다. 그리고 면을 시켰다. 새우 한자가 들어간 메뉴를 골라 먹었다. 중국은 그냥 다 샤브샤브 국물 느낌이었다. 새우니깐 해물 샤브샤브. 맛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아 항주 숙소 진짜 좋았는데 씨트립으로 예약했었는데 당시 썼던 아이디와 비번 찾기가 어렵다. 너무 친절히 해주셔서 꼭 다음에 친구들한테 소개하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다다음편에 중국에서 휴대폰 분실 사건을 얘기할 테지만 항주 오산과 영은사 사이의 4시간의 사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그 유명한 샤먼 사진도 함께 말이다. 대부분 사진들은 다행히 네이버 클라우드에 자동 업로드가 되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네이버 사랑합니다. 일단 항주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오산광장(吳山, Wushan Square)
일어나자마자 오산으로 갔다. 가는길에 화폐 박물관(China Finance & Taxation Museum)인가 있어서 역시나 지나치지 않고 구경 쭉 하고 오산으로 올랐다. 오산은 산책 둘레길로 잘 되어있다. 보아야 할 것은 오산 성황각이다. 성황각 아래층에는 남송시대의 모습들을 재연해 놓았고(볼만함) 위층에서는 항저우 시내와 서호의 전망을 볼 수 있다. 강남 4대 누각이라고 한다.
성황묘는 명나라의 청념한 관리였던 주신을 모시는 사당이다. 영험하여 향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하셨길래 이렇게 신으로 모시고 있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시 위챗에 쓴 글이 있다(그 덕에 성황각 일부 사진은 살릴 수 있었다).
杭州 2.22
"Use your talents to good causes"
许愿了。 希望成为像名字一样的人。(이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적어보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내 이름이 남을 돕는다 뜻의 희귀한 이름이다.
성황묘 앞에는 범종이 있다. 소월을 빌며 치는 종인 것으로 안다. 이름값을 하며 살자라며 소원을 빌었다.
오산을 내려와서 이어 허팡지에(河坊街, 하방가, Hefang Street, 청하방이라고도 불리는데 청하방은 역사적 명칭이고 하방가는 지역 명칭)라는 인사동 거리 같은 전통 거리를 들렸다. 길 가운데 자손의 복과 번영을 기리는 황금 통통한 귀여운 부처상이 있다. 맞다. 사진은 사라지고 없다. 회춘당이라고 오래된 유명한 한약방이 있다. 구경하시길 바랍니다. 전통복장을 입고 전통 기념품, 음식들을 판다. 야경이 이쁘다. 소주나 난징이나 거리는 건물들이 전통적으로 화려하다면 여기는 분위기가 전통적으로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더 든다.
허팡지에가 동서 가로 거리를 말하면 남북으로 이어진 거리가 있는데 남송어가라고 한다. 여기는 과거와 현재의 건물들이 섞여 있는데 실제 당시의 거리를 보존하는 박물관도 있었다. 하지만 설날이라서기보다는 사람 자체가 원래 많이 없는 듯하다. 썰렁하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 나머지는 다음 편으로 넘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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